오늘은

손님

이 금 숙 2017. 1. 10. 15:33

손님 
 
내집 마당엔 울도 없고
대문도 없다 
 
그러나 그냥 막 드나드는 무례한 사람들을 위해
아이들이 돌맹이로 땅바닥에 금긋듯
보이지는 않지만, 누구나 알 수 있는 금을 그어

경계는 분명하게 그어져 있다. 
 
사람의 손님은 거의 없고,
가슴이 좁아서 짐승 한마리 안고 지낼 품도 없지만,
하루에 수십의 손님들을 맞는다. 
 
가을걷이한 해바라기는
마당 식탁에 무더기로 차려서 박새떼들을 청하고, 
 
밀감 껍질..
껍질채 먹던 감, 사과..이제는 깍아서 먹고
껍질은 잘게 잘라서 산까치떼들을 손님으로 맞이한다. 
 
멸치, 북어 대가리를 두 서너번 우려 다시를 내던것을
한 두번으로 우려내고 들 고양이 손님 대접한다. 
 
박새떼나 산까치떼는
(새종류가 맞는지는 모르겠으나 내겐 중요하지 않고.)
예민하여 식사를 다 하기 전까지는
방안에서 창문, 눈빛으로만 맞이한다. 
 
들고양이는 보고 있으면 덥석덥석 먹지를 않고
눈마춤으로 체면치레만 하고있다.
무관심한듯 멀리서 내 할일 하고 있으면 잘 먹고간다. 
 
작년 봄
섬돌 옆에 쥐대가리를 딱 잘라서 놓고 간 넘일테다.
얼마나 놀랐는지..지금도 가슴이 꽁닥꽁닥..
그 얘기를 듣던 딸래미 왈
"엄마를 좋아하는 고양이넘이 충성표시 했구만요." 
 
혼자서 중얼중얼..
'고양아 이런짖 하지마라. 나는 무섭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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