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今 淑

대보름

이 금 숙 2016. 2. 20. 10:31

밤은 짙어졌건만 잠오지 않는밤,

불끄고 누워 라디오에 나를 맡긴다.

 

라디오 음악은 나를 구속하지 않는다.

 

그저 주르르 흐르는 눈물 보이면 멀찍이 갔다가

어느결에 눈물 닦아주며

귓결에 간질거리며 속삭이고 있다.

 

 

휘엉청 보름달이 밝아오면

하얀종이 꼬깔에 빨강,노랑  크다란 종이꽃을 달고

흰무명 한복, 어깨에  허리에 빨강, 노랑, 파랑,초록..

색색의 긴 허리끈이 스치는 바람에

요동을치며 춤추는 무리들 속에서

훌쩍훌쩍 큰 동작으로

장구치며 지나가는 아버지 모습이..

 

대가 저수지..바다..

들길을 걸어서 밤내다리를 건너면 평화로운 그곳이.

사무치게 그리웠을 고향이였으리.

 

"10년이 넘어서 고향으로 돌아가서 사는게 아니란다"

마음을 부정의 말로  스스로 되뇌이는

당신의 깊은 자존심을 이제사 느낍니다.

 

점점 멀어져 가는 고향,

타협되지 않는 도시의 팍팍한 삶에 

한잔 두잔술이 위로가 되지 못했으며

망가져가는 몸과 마음을..

 

내일이면 정월대보름  

거나하게 한잔술 마시고 밤소풍 가시는

당신의 뒷모습, 걸음걸이 우쭐우쭐~~

 

밤 바다에는 휘헝청

정월 대보름달이 어른어른 유혹하고,

 

그날밤 큰소리 노래소리가

멀리 바닷가에서 들렸다는

행인의 말 굳이 듣지 않아도

당신의 모습이 보입니다.

 

 

흙 밟으며 사계절 꽃피고 지며 새들의 노래소리..

달천다리를 건너며 걸어가는 내 뒷모습에

당신의 모습이 겹치며 눈물이 흐르는 날입니다.

 

음력 정월 열 사흘,

오늘은 아버지! 당신의 기일.

세월이 흘러도.....

 

 

  

 

 

'李 今 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자 식성의 체질  (0) 2024.09.05
북어 한 마리  (1) 2024.09.05
안과 밖  (1) 2024.09.05
나와 너  (0) 2024.09.05
어우렁 이 금 숙  (1) 2022.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