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눈이 내린다. 하얗게

이 금 숙 2015. 12. 30. 20:45

 

2013년 11월 27일

 

눈이 내린다. 하얗게

밤새 소리도 없이 내리고,

온 세상이 하얀색으로 내리고 또 내린다.

땅의 모든 나무 집 길 ..고요히 받아 안는다.

 

일찍 새 한 쌍도 소리를 죽이고

전깃줄에 앉아 사방을 둘러보고

서로 몸짖의 신호로 같이 날아가 버린다.

 

나는 이 요술 같은 공간에서

이쪽 창으로 저쪽 창으로..

문을 열고 나가보고 들어와 보고,

뱅뱅 돌아보고 또 나가보고,

아무런 할 일이 없다.

 

커피한잔 타서 창가에 앉아

내리는 눈 하염없이 바라보며

나도 나무들처럼 고요히 받아 안는다.

 

마음을..

마음을 내려놓는다.

지금 해야 할 일은 내려놓을 것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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