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27일
눈이 내린다. 하얗게
밤새 소리도 없이 내리고,
온 세상이 하얀색으로 내리고 또 내린다.
땅의 모든 나무 집 길 ..고요히 받아 안는다.
일찍 새 한 쌍도 소리를 죽이고
전깃줄에 앉아 사방을 둘러보고
서로 몸짖의 신호로 같이 날아가 버린다.
나는 이 요술 같은 공간에서
이쪽 창으로 저쪽 창으로..
문을 열고 나가보고 들어와 보고,
뱅뱅 돌아보고 또 나가보고,
아무런 할 일이 없다.
커피한잔 타서 창가에 앉아
내리는 눈 하염없이 바라보며
나도 나무들처럼 고요히 받아 안는다.
마음을..
마음을 내려놓는다.
지금 해야 할 일은 내려놓을 것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