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켜지 않는다.
불을 밝히면
나는 무대에 선 배우가 되고
불 켜지 않으면
침대 창가에 비치는 눈 덮인 산,
밤하늘의 별, 차가운 달,
나는 침대에 앉아 관객이 된다
술 한잔 마신다.
눈 덮인 산이, 차가운 달빛이..
은하수별빛 때문에
마신다고 변명하지만,
혼자 마시는 술잔은
내심의 깊은 색을
마시는 진한 색깔이
나의 색으로 남네
진한 색깔도
달빛처럼 별빛처럼
승하시키고 싶은 어줍잖은 욕심,
그리움이 가득한 색깔
고요하고 새까만 공간에 앉아
눈 덮인 산과 들을 바라보는 관객..
술기운은 점점 차올라
뜨거운 불덩이가 되어
옷 훨훨 벗어 버린다.
관객이 더 뜨거운 주인공이 된다.
훨훨 타오르는 몸과 마음에.
그리움이 짙어가는
이 밤이 좋아서 한잔 더 마시고
벌거숭이가 된 나는,
창가의 달님보며 춤을 춘다. 덩실덩실
달도 나도 서로마주보며
같은 몸짖으로 덩실덩실
뜨거운 호흡마춰 덩실덩실
2015.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