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삶

모셔 온 사진에서..

이 금 숙 2022. 2. 1. 18:23

생선 비린내가 훅~ 나면서

수돗가에서 꽁꽁 언 명태 상자를 큰 함지박에 물부어 담궈 놓고

손질하시는 엄니 모습에.. 비린내로 코끝이 찡~ 해지는 사진이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사진 작가들이 찍어 올리는 덕장 사진

내장과 아가미 하나 버림없이

젖갈에 내장탕, 주구장창 먹어야했던

왜넣어 끓인 시락국..

 

그렇게도 먹기싫었던 것이

사진만 보아도 그 맛과 내음이 입안에 돌며

너무도 그리운 음식이 되었으니.

 

겨울 밤 꼬들 말려진 명태는

연탄불에 살짝 구워 찢어 아버지의 술안주로,

새학기때 쯤 고추장에 버물려 도시락 반찬으로.

 

엄니 아버지의 몸에 배인 생선 비린내로

또 그 생선살로 우리 형제자매의 피가되었고 살이되었고, 

그것으로 공부시켜 키워서 그랬을까.

 

엄니는 음력 정월인지 이월인지..

찬물에 목욕하시고 용왕님께 비는 제사를 지내셨다.

 

함지박에 나물밥에 과일,황태, 촛불,향 준비하여 

씻기고 속옷까지 갈아 입게하여 먹걸리 주전자 들려

 

깜깜한 한밤중 깨끗한 바닷가에 불밝혀 놓고

소지장 태워 올리며 비시고 비신다. 

식구들의 건강과  큰딸 .. 그리고 내리 동생들 한명한명..

.....이씨대주 박씨명당의 큰딸 ㅇㅇ ..

일년 내내 코불감기도 걸리지 않게 해주시고

남의눈에 꽃과 잎과 같이 보이게 하시고 

말덕이 있어 말하면 모두 귀담아 들어주고,

마음 먹는일. 마음과 뜻이 같게 이루어 주시고....끝이 없으시다.

 

그러고 마주 앉아 가져간 밥과 나물

보이지 않는 주와 나눠먹고.. 막걸리 음복까지.. 

 

손잡고 돌아오면서 절대 뒤돌아 보지 말라고

갈때마다 일러 주시는 말 때문인지 걸음마다 뒤가 땡기는 느낌..

 

대보름이면 대보름이라고 비시고 생일이면 생일이라고 상차려 빌어주신..

그저 사랑한다 좋아한다 한번 덥석 안아주시지 않으셨어도

온 몸에 배이도록 빌어서 키운 이 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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