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치자 꽃

이 금 숙 2020. 5. 6. 12:15

 

 

 

치자꽃1

 

아버지 어깨가 무거워 파래지면

노란 치지꽃이 핀다.

호박꽃 같이 못생긴.

 

엄니 하늘에 닿은 좁은 골목길 오르다

다리가 파래지면 호박떡 같은

치자꽃을 피우신다.

 

그러다 저러다 마음도 파래지셨을까

막걸리 사발에도

노란 치자꽃을 피우시니.

 

치자향이 막걸리향 같은줄만 알았고

치자꽃이 하얀줄은 몰랐네.

 

 

 

치자 향2 

 
시퍼러니 멍든 가슴에
노란 치자 밀가루 떡 붙여야
살아낼 만큼 아픈 시절이 이였나. 
 
속 가슴 시커멓게 차올라
노란 치자 술로 달래야
하루 살아낼 만큼 아픈 날 이였나. 
 
아리고 아련한 노란 그리움이
눈가를 벌겋게 적시니 
 
장 속에 고이 앉은..
엄니의 하얀 꽃 시절 젊은 꿈으로
한 올 한 올 짜 놓은  무명 필 꺼내서 
 
치자 향 짙은 내 그리움은 
노랗게 물들여 저고리 해 입을까.나는..

                                     친구의  화원에서 옮겨 온 사진

 

 

질갱이 나물

 

질갱이 나물을 데치면

아버지 피우시던 담배 냄새가 난다.

싫었던 담배냄새가 훅 그리움이 될줄이야

 

그 연기로 태워 버려야 할

남자는 울면 안되고

어른은 울어선 안되고

아버지는 울면 안되는것들을

태워 내시는 것이였는줄을

 

그 어린것이 어찌 알수 있었겠는가.

 

 

 

형제

 

봄에 뿌린 보리는

키 키울 생각을 않는다 하네.

 

힘든 땅에서 다 못자라 나는 잡초는

꽃부터 피우고 씨앗부터 맺는다.

 

형제2

첫 으로 열매맺은 채소는 따 버린다.

첫 선물이라서 좋고

또 다른 열매들의 풍성함을 위해서라네.

 

 

 

늘근 아기 

 

유모차에 자신을 태우고

운전해 가시는 할머니

 

천천히 더 천천히~

늘근 아기 다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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