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책을 하다 보면
마냥 밝아지는 기운이
펼쳐진 곳이 있는가하면
온 몸이 음산해며
한기가 느껴 지는곳을 지나면서
뭔가 힘든 영혼들의
묘자리가 있는가..하고..
아지 못하는 슬픔이
흐르는듯한 그런 느낌들은
흐르던 강줄기가 변한 땅인가.
그 느낌들은 계절마다 다르고,
날씨에 따라서.. 또는,
새들의 움직임으로.
나의 감정 기복이 심한 탓에
주변의 분위기 조차도
내 중심으로 돌리고 있음으로
자각하며 허허 웃음으로 넘긴다.
오늘은 영혼들의
공간을 사방 둘러보며
내가 가는곳곳에
모두가 현인들 였음을.
괴로움을 보면 내탓인가.
맘 쫄이고.
슬픔을 보면 덩달아 울음이나고
즐거움을 보면 순간 웃어 버리는..
덜떨어지고 못난 이 영혼은
혼자 있다는 것이 참 다행스럽다 .
생각을 말하지 않고 살은 것은..
엉뚱한 상상이 현실과의 괴리를
잘 알고 있기에 약은 방편이였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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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동네는 자녀들이 이집저집..
그 들뜬 기운이 오른다.
내일이 식사 당번이지만,
나를 위한 내 밥상차리기 싫고
엄살 부리고 싶은 마음을 데리고
회관으로 향한다.
ㅋ 많이 발전했네.
몇명 오붓한 밥상으로.
챙겨주시는대로 많이 먹었지만.
더 허기가 지는 느낌.
들길을 걸으면서
아버지 말씀이 생각났다.
"고개 숙여서 밥 먹지 말라"
상차리지 않고 내려 놓고
밥먹는 모습은 상상도 못할 일이였다.
생각하니
그 말씀에는 자신의 철학이
온몸으로 땀흘려 정직하게 일하여 멕이는 밥을
당당하게 먹여서 키우고 싶은 뜻
그런 분이셨다.
엄니 어쩌다 내게 "가시나..문디 가시나"
이러시다가는 난리난리가..
그러면서 내게는 "가시나"의 어원이나
"문디" 등의 어원이 그릇되지 않음을 말씀하시던.
엄니의 엄겹결에 욕으로 하신 그 뜻에 화를 내셨는듯.
일언하고..
여튼 배부른 밥에 허기가 진다.
당당하게 먹여 주시던 아버지의 밥과
그 밥을 신앙처럼 생각하며 차려 주시던
엄니의 밥상이 사무치게 그리운 날이다. 오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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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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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같은 내가 아이를 키우면서
슬프면 돌아서서 수도틀어
설걷이 하면서 노래를 부르고
즐거울 일에도 활짝 웃을줄를 몰랐다.
감당하기 힘들만치 큰일에 오히려
담담하게 맞이하며 태연하게 보내고..
갑자기 아버지 돌아가시고
담담한듯 맏딸로 맏 아들 같이도
당당하게 주도하여 일 치르고는
10년을 울고 살았고,
아픔과 자존에 힘들어 하시는 엄니
손잡고 위로의 말로 보내드리고는
평생을 아파하는..
모든일에는 한박자.. 아니 몇 박자가 늦다.
그리고 길다.
서론이 길기도 하다.
이제는 그마져 자생력도 없으며
나를 위로해줄 아무도 없다.
그저 순리대로
그 흐름에 성실하게 따르고
하루하루 주어지는 환경에
적응해 내는 일이 내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