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地 氣 1-3

이 금 숙 2019. 1. 6. 11:41

 

1

산책을 하다 보면

마냥 밝아지는 기운이

펼쳐진 곳이 있는가하면

 

온 몸이 음산해며

한기가 느껴 지는곳을 지나면서

뭔가 힘든 영혼들의

묘자리가 있는가..하고..

 

아지 못하는 슬픔이

흐르는듯한 그런 느낌들은

흐르던 강줄기가 변한 땅인가.

 

그 느낌들은 계절마다 다르고,

날씨에 따라서.. 또는,

새들의 움직임으로.

 

나의 감정 기복이 심한 탓에

주변의 분위기 조차도

내 중심으로 돌리고 있음으로

자각하며 허허 웃음으로 넘긴다.

 

 

오늘은 영혼들의

공간을 사방 둘러보며

내가 가는곳곳에

모두가 현인들 였음을.

 

괴로움을 보면 내탓인가.

맘 쫄이고.

슬픔을 보면 덩달아 울음이나고

즐거움을 보면 순간 웃어 버리는..

 

덜떨어지고 못난 이 영혼은

혼자 있다는 것이 참 다행스럽다 .

 

생각을 말하지 않고 살은 것은..

엉뚱한 상상이 현실과의 괴리를

잘 알고 있기에 약은 방편이였음을..

 

 

..................................................

2

 

동네는 자녀들이 이집저집..

그 들뜬 기운이 오른다.

 

내일이 식사 당번이지만,

나를 위한 내 밥상차리기 싫고

엄살 부리고 싶은 마음을 데리고 

회관으로 향한다.

ㅋ 많이 발전했네.

 

몇명 오붓한 밥상으로.

챙겨주시는대로 많이 먹었지만.

더 허기가 지는 느낌.

 

들길을 걸으면서

아버지 말씀이 생각났다.

 

"고개 숙여서 밥 먹지 말라"

 

상차리지 않고 내려 놓고

밥먹는 모습은 상상도 못할 일이였다.

 

생각하니

그 말씀에는 자신의 철학이

온몸으로 땀흘려 정직하게 일하여 멕이는 밥을

당당하게 먹여서 키우고 싶은 뜻

 

그런 분이셨다.

 

엄니 어쩌다 내게 "가시나..문디 가시나"

이러시다가는  난리난리가..

 

그러면서 내게는 "가시나"의 어원이나

 "문디" 등의 어원이 그릇되지 않음을 말씀하시던.

엄니의 엄겹결에 욕으로 하신 그 뜻에 화를 내셨는듯.

 

일언하고..

여튼 배부른 밥에 허기가 진다.

 

 

당당하게 먹여 주시던 아버지의 밥과

그 밥을 신앙처럼 생각하며 차려 주시던

엄니의 밥상이 사무치게 그리운 날이다. 오늘은.

 

............................................................................

 

3

***

 

 

아이같은 내가 아이를 키우면서

슬프면 돌아서서 수도틀어

설걷이 하면서 노래를 부르고

즐거울 일에도 활짝 웃을줄를 몰랐다.

 

감당하기 힘들만치 큰일에 오히려

담담하게 맞이하며 태연하게 보내고..

 

갑자기 아버지 돌아가시고

담담한듯 맏딸로 맏 아들 같이도

당당하게 주도하여 일 치르고는

 

10년을 울고 살았고,

 

아픔과 자존에 힘들어 하시는 엄니

손잡고 위로의 말로 보내드리고는

평생을 아파하는..

 

모든일에는 한박자.. 아니 몇 박자가 늦다.

그리고 길다.

 

 

서론이 길기도 하다.

 

이제는 그마져 자생력도 없으며

나를 위로해줄 아무도 없다.

 

그저 순리대로

그 흐름에 성실하게 따르고

 

하루하루 주어지는 환경에

적응해 내는 일이 내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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