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된장 한 항아리

이 금 숙 2022. 3. 27. 13:12

눈에 보이는것보다 더 귀한.. 보약 한 항아리 퍼 담아왔다.

10년전 첫 만남의 아주머니는 꽃을 좋아하시고,

이맘쯤이면 나물 캐면서 산으로 들로  기운을 펄펄 날리시더니

다리 한번 다치시고 병원에 들락날락 일년 쯤,

그런 중에 허리가 안좋아서 아들이 있는 도시의 병원에 가신다더만

도시의 기가 눌러앉혀 그대로 아들집에서 돌아오지 않으니.. 

 

주인을 기다리며 가만히 앉아 반십년 보낸 된장.. 다 쫄아진 간장 독

그 야무진 솜씨로 아들, 자식들 나눠 줄 것으로 담궜을텐데..

그리고 보약 같은 간장 된장으로 해마다 조석의 끼니를..

손자들까지 영양이 되었을진데.

 

아주머니 자신의 몸 불편하니.. 앉은채 그대로 오년을 보냈을 항아리..

집은 팔리고 대략의 물건을 정리하여 한 트럭 실려 있는것은

눈으로 계산법에 속하는것들이랴..

눈으로는 보이지 않아 가치를 잴수 없는 귀한 된장은 내 차지가 되었네. 

 

퍼 담으면서 

챙겨주는 손길이 없으면 가치를 잃다니..

어쩌면 다시 못먹어 볼 엄니의 손맛, 정성인줄을 언제쯤 기억이나 해 낼련지.. 

 

두 아들이 챙겨올 이삿짐에서  

간장 된장찾아 쑥, 냉이국으로 입맛을 살리실 것을 기대하시지나 않았을지..

아주머니를 생각하니 가슴이 아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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