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을 정리하고 계셨다.
젊은엄니, 말없이 장롱을 정리하고 계시면
철없는 나는 어머니의 꽃무늬 잔잔한 포플린 저고리가 예뻣고
우단치마의 만지작 거려지는 촉감이 새로웠던 기억..
내가 제법 컸을 때에도, 장롱을 정리 하시면서
평소에 엄니가 부르시는 대로 받아 적어뒀던
금전출납 장부는 장롱속 어디에 있으며,
현금뭉치가 있는 엄니의 비밀 주머니는
어느 옷 속에 들어 있노라고 일러 주시면서...
다 커 버린 딸 옆에 앉혀두고 정리 하시는 장롱엔
엄니 시집오시기 전에 손수 짠
명주 몇필과 삼베 몇필, 광목이 눈에 띄고
손수 옷감을 짜서 만드셨다던 옛 치마, 저고리는
자신의 죽음 옷으로 해달라 하시며
남의 것 이라면 한푼도 탐내지 않으시고,,
열심히 일만하고 살았었던 엄니의 자존심같은
은행통장은 어디에 있노라 하시면서...
나도 인젠
꽃피고 화창한 봄날 정하여
곁에 앉아서 보아 줄 딸래미는 시집가고 없지만
장롱 정리를 하며 살아야 겠다.
남겨둘것 없는 군더더기와
쓸모없는 욕심만 쌓여 있을듯한..
어쩌면 아까운건 하나도 없을듯한 나의 장롱을.
화창한 봄날 혼자서 정리 해 둬야겠다.
2010,4,4 봄 나들이를 다녀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