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낙서

이 금 숙 2024. 10. 7. 16:09

내가 그린 첫 그림은

 

아버지께선 우뭇가사리등등으로

마루벽에 회벽으로 하얗게 단장하셨다.

 

그 하얀의 유혹

아버지 쓰시던 푸른 색연필 두 동강내서

한 동강은 남동생 손에 쥐어주고는

 

나는 끝도 없이 이어지는

가로줄 길을 그리며

 

동생도 덩달아 가로줄을 

신바람이 나서

이쪽 벽에서 저쪽벽 끝까지..

 

신났었던 기억 뒤의 고달픔.

 

그 그어진 길이 만큼이나 

깨끗이 지워내야 하는 벌은.

 

그려지는 일순간이

지워내는 긴 시간의 고통과

지루함 그 남은 추한 흔적..

 

그곳에 어떻게 다시

하얀으로 지워주셨지만.

 

크게 나무람 없이 내려진

무서운 벌도 어제처럼 선명하다.

 

내 아이들에게는

아예 하얀 전지를 벽에 붙여 주었다.

 

그러나 어떤 방법이

더 곱게 피어나는지.. 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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