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린 첫 그림은
아버지께선 우뭇가사리등등으로
마루벽에 회벽으로 하얗게 단장하셨다.
그 하얀의 유혹
아버지 쓰시던 푸른 색연필 두 동강내서
한 동강은 남동생 손에 쥐어주고는
나는 끝도 없이 이어지는
가로줄 길을 그리며
동생도 덩달아 가로줄을
신바람이 나서
이쪽 벽에서 저쪽벽 끝까지..
신났었던 기억 뒤의 고달픔.
그 그어진 길이 만큼이나
깨끗이 지워내야 하는 벌은.
그려지는 일순간이
지워내는 긴 시간의 고통과
지루함 그 남은 추한 흔적..
그곳에 어떻게 다시
하얀으로 지워주셨지만.
크게 나무람 없이 내려진
무서운 벌도 어제처럼 선명하다.
내 아이들에게는
아예 하얀 전지를 벽에 붙여 주었다.
그러나 어떤 방법이
더 곱게 피어나는지.. 답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