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 蛇 集
여기와서 올 봄에 마음의 병을 제법 심하게 앓았다.
벌레도 맨손으로 척척 잡으시고 독사뱀도 잡으시는
든든한 옆집 아주머니 돌아가시고,허한 마음인데
뱀 때문에 몇차레 놀래서 꿈에도 뱀, 풀이 다리를 스쳐도 화들짝..
내 눈에 띄지않고 지내자고 끝없이 염원했었건만..
심란한 마음,
화사하게 핀 작약꽃을 그리다가
뱀이 떠오르면 붓을 놓기를 몇차레..
그러면서 천경자 화가님 돌아가시기 전에,
한국화가 100인 전시장서 보았던
영체분리의 느낌이 강한 그림이 떠 오르고,
꽃과 뱀에 어우러지는 화려한 그림이 떠오르면서
심란함, 혼란, 그리고 많은 생각으로 지냈다.
그 봄 그렇게 괴로워 하면서
나도 모르게 서정주 花 蛇 集 을 방바닥에 꺼내 놓고
눈에 들어오지 않는 글자를 헤며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며칠을 들었다 놓았다 하다가..
ㅎㅎ..서정주 시인은
아름다운 배암..
꽃다님 같다...그렇게 그리고 있었다.
ㅎㅎㅎ...
그후로 배암은 못 보았지만..
천경자 화가의 꽃과 배암이
서정주 시인의 꽃다님 같은 배암이
내 눈에는 띄지않고 살아가기를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