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심심한 그림을 그려놓고는
얼른 스케치북을 넘겨 버리고
마당으로 나간다.
호미로 흙을 마구 파고서는
큰 돌맹이를 요리조리 걸음 걸려서
여기 깔려 있던걸 저리로 옮기고
저기 깔려 있던건 조~오기에 옮겨심고..
밑돌 뽑아 윗돌로 올리고
윗돌 내려 아랫돌 앉히고.
땀 뻘뻘 흘리며
무념으로 들이고
새로움을 앉힌다.
그러고 하얀 도와지 앞에 앉으면서
아직도 아이의 붓을 가진것 고마운 일이지.
구본웅 화가 '친구의 초상화'이나
키스 반 동겐 그림 '양귀비'
고흐의 자화상에 가슴이 벌렁벌렁 뛰는,
언젠가는 내 속의 내가 튀어나올 그림들을 생각하며
조용히~또 심심한 붓질로 선을 긋는다